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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와 '붉은사막': 7년간의 출시 연기 역사

코드폴릭스 2025. 8. 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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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되는 시간이자, 펄어비스가 '붉은사막(Crimson Desert)' 출시를 미루고 있는 시간입니다. 2018년 첫 개발 착수부터 현재까지, 수차례 반복된 약속과 연기로 게이머들과 투자자들의 신뢰는 바닥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끝없는 약속의 연대기

2018년: 조용한 시작

프로젝트 CD라는 코드명으로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상표권 출원을 통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죠.

2019년: 화려한 데뷔

지스타에서 공식 공개되며 "2020년 베타 테스트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영화 같은 컷신과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전 세계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2020년: 첫 번째 구체적 약속

정경인 대표는 "2021년 4분기 콘솔/PC 동시 출시"를 확신에 차서 발표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모두가 믿고 기다렸죠.

2021년 8월: 첫 번째 배신

코로나19와 콘텐츠 보강을 이유로 출시를 연기했습니다. "더 이상의 지연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긴 연기 역사의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2022년: 모호한 희망

"내년까지 개발 완료"라며 구체적인 출시일 대신 개발 완료 시점만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반복되는 패턴

  • 2월: "8월까지 개발 완료" 약속
  • 11월: "완성도 업그레이드를 위한 출시 연기" 발표

2024년: 희망과 절망의 반복

  • 2월: "개발 마무리 완성 중"
  • 11월: "개발 마무리 단계" 진입 발표
  • 12월: TGA에서 "2025년 4분기 출시" 화려하게 선언

2025년 8월: 현실은 잔혹했다

출시 3개월을 앞두고 또다시 "2026년 1분기로 연기"를 발표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 보이스오버, 콘솔 인증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미 시장의 신뢰는 바닥을 쳤습니다.

 

 


숫자로 보는 실망의 규모

  • 총 6차례의 출시 연기
  • 7년간의 개발 기간 (2018년 시작 기준)
  • 4년 이상의 지연 (최초 목표 대비)
  • 24.17% 주가 급락 (연기 발표 당일)
  • 2만원대로 추락한 주가 (2022년 13만원 고점 대비 85% 하락)

변명의 레퍼토리

펄어비스가 사용한 연기 사유들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보입니다:

  1. 코로나19 여파 (2021년)
  2. 콘텐츠 보강 필요성 (2021년)
  3. 완성도 업그레이드 (2023년)
  4. 파트너사 협업 지연 (2025년)
  5. 오프라인 유통 일정 (2025년)
  6. 콘솔 인증 절차 (2025년)

매번 새로운 이유가 등장하지만, 결국 "준비가 덜 되었다"는 하나의 사실로 귀결됩니다.

시장의 분노

주주들의 절망적 반응

2025년 8월 연기 발표 후, 한 투자자는 '주주를 기만하는 코스닥 상장사 경영진에 대한 특검 촉구' 국민청원까지 올렸습니다.

증권가의 냉정한 평가

  • "추가적인 연기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증권)
  • "시장 신뢰 확보를 위해 더 디테일한 타임라인 제공이 필요" (키움증권)
  • "장기간 개발로 인한 이용자 관심도 희석 우려" (키움증권)

펄어비스의 딜레마

검은사막 의존도

2015년 출시된 '검은사막'에 크게 의존하는 매출 구조로 인한 문제가 심각합니다:

  • 2019년: 5,359억원 (정점)
  • 2024년: 3,424억원 (연평균 8.6% 감소)

막대한 개발비 부담

업계에서는 붉은사막 개발비가 1천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로스트아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연쇄반응: 도깨비의 미래

붉은사막의 연기는 차기작 '도깨비'(2027년 하반기 예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팀 재편설과 프로젝트 축소설이 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양치기 소년이 된 펄어비스

7년간 반복된 약속과 배신으로 펄어비스는 '양치기 소년'이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질문이 현 상황을 정확히 표현합니다:

"몇 년째 미뤄지면서 펄어비스의 타임라인에 대해 신뢰감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내년 1분기도 과연 출시를 믿어도 되는 건지?"


결론: 신뢰 회복이 가능할까?

붉은사막의 연기 역사는 단순한 개발 지연을 넘어 기업 신뢰성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완성도 높은 게임이 나와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펄어비스가 2026년 1분기라는 새로운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그리고 그때까지 게이머들과 투자자들이 기다려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이 펄어비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점입니다.

게임 업계에서 "Coming Late 2025"는 이제 "Coming Never"의 동의어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펄어비스와 붉은사막의 이야기는 게임 개발에서 과도한 약속과 성급한 발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교훈적 사례가 될 것입니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장회사라면 더욱 그렇다."
- 어느 실망한 투자자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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