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를 향한 여정, 그러나 시선은 과거에
모든 시대는 그 시대를 정의하는 '기적의 소재(miracle material)'가 있었습니다. 1850년대, 미국인 열에 여섯은 농부였고 앤드루 카네기는 피츠버그의 진흙탕 거리를 가로지르는 전보 배달 소년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세대가 채 지나지 않아 카네기와 그의 동료들은 강철이라는 기적의 소재로 현대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말은 철도로, 촛불은 전기로, 철은 강철로 대체되었습니다.
이제 AI가 '무한한 지성(infinite minds)'으로서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있다면, 이 소재를 마스터하는 자가 시대를 정의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회사에 몸담고 있는 저를 포함해 수십억 명의 지식 근로자 대부분은 아직 그 영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연일 인공 일반 지능(AGI)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 왜일까요?

미래는 항상 과거의 모습으로 위장한 채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초기 전화 통화는 전보처럼 간결했고, 초기 영화는 무대 위 연극을 촬영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이 말했듯, 우리는 항상 "백미러를 통해 미래로 운전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AI 형태인 챗봇이 과거의 구글 검색창을 닮은 것처럼 말이죠.
이 글에서는 몇 가지 역사적 비유를 통해 AI가 개인, 조직, 그리고 경제 전체에 걸쳐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탐색해보고자 합니다.

1. 개인: 마음의 자전거에서 자율주행차로
1980년대 스티브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를 "마음의 자전거(bicycles for the mind)"라고 불렀습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정보 고속도로'를 깔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지식 노동은 여전히 인간의 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마치 아우토반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 상황을 AI 에이전트가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요? 제 공동창업자인 사이먼(Simon)의 사례가 좋은 예시입니다. 그는 소위 '10배 개발자'였지만, 요즘은 코드를 거의 직접 작성하지 않습니다. 대신 34개의 AI 코딩 에이전트를 동시에 지휘하며 3040배의 성과를 내는 엔지니어로 거듭났습니다. 이 AI 에이전트들은 단순히 타이핑만 빨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합니다. 그는 점심을 먹으러 가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AI 에이전트들에게 작업을 맡겨두고, 그들이 일하는 동안 자신은 다른 일을 합니다. 그는 잠들지 않는 '무한한 지성의 관리자'가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다른 지식 노동 분야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딜까요? 두 가지 핵심 문제가 있습니다.

- 맥락 파편화 (Context fragmentation): 코딩은 IDE, 저장소(repo), 터미널 등 한곳에 맥락이 모여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지식 노동은 슬랙, 전략 문서, 대시보드 등 수십 개의 도구에 흩어져 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제품 기획서를 작성하려면 이 모든 것을 참고해야 합니다. 현재는 인간이 브라우저 탭을 오가며 '복사-붙여넣기'로 이 간극을 메우는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검증 가능성 (Verifiability): 코드는 테스트와 오류를 통해 마법처럼 검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관리가 잘 되었는지, 전략 메모가 훌륭한지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요? 아직 우리는 일반 지식 노동의 성과를 측정하고 모델을 개선할 명확한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전히 '인간 참여(human-in-the-loop)'가 필요하지만, 그 방식이 중요합니다. 1865년 영국에서는 자동차 앞에 사람이 붉은 깃발을 들고 걸어가야 했던 '붉은 깃발 법(Red Flag Act)'이 있었습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인간 참여의 예입니다. 우리는 루프 '안'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점에서 루프 전체를 '감독'하는 위치에 서야 합니다. 맥락이 통합되고 작업이 검증 가능해지면, 수십억 명의 지식 근로자들은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으로, 나아가 자율주행차에 탑승하는 것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2. 조직: 새로운 강철과 증기기관
현대 기업과 조직도는 철도 회사와 함께 발전했습니다. 철도 회사는 수천 명의 인력을 먼 거리에 걸쳐 조율해야 했던 최초의 기업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 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비효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회의와 메시지에 의존하는 인간의 소통 인프라는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이는 마치 '나무로 마천루를 짓는 것'과 같습니다.

두 가지 역사적 비유는 AI라는 새로운 기적의 소재가 조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첫 번째는 강철(Steel)입니다. 강철이 등장하기 전, 19세기 건물은 6~7층이 한계였습니다. 철은 무겁고 부서지기 쉬워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강하고 유연한 강철이 등장하자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더 가벼운 프레임과 얇은 벽으로 수십 층 높이의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고, 마천루라는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이 탄생했습니다.
AI는 조직의 '강철'입니다. 인간의 소통이 더 이상 조직의 하중을 견디는 벽이 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2시간짜리 주간 회의는 5분짜리 비동기 리뷰로 바뀔 수 있고, 3단계 결재가 필요했던 의사결정은 단 몇 분 만에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기업은 우리가 필연적이라고 받아들였던 비효율 없이 진정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증기기관(Steam Engine)입니다. 산업혁명 초기, 공장주들은 강가에 있던 물레방아를 증기기관으로 단순히 교체했습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은 미미했습니다. 진짜 혁신은 그들이 강에서 완전히 벗어나 노동자, 항구, 원자재와 더 가까운 곳에 공장을 짓고,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공장 전체를 재설계했을 때 일어났습니다. (이후 전기가 도입되자 공장주들은 중앙 동력축에서 벗어나 여러 기계에 더 작은 엔진을 배치하며 공장을 더욱 분산시켰습니다.) 생산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2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기존 도구에 AI 챗봇을 덧붙이는 '물레방아를 교체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는 낡은 제약이 사라지고 회사가 잠들지 않는 무한한 지성으로 운영될 때 조직이 어떤 모습일지 다시 상상해야 합니다.
저희 Notion에서는 1,000명의 직원들과 함께, 700개가 넘는 AI 에이전트가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회의록을 작성하고, IT 요청을 처리하며, 신규 입사자의 온보딩을 돕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진정한 변화는 우리의 상상력과 관성을 넘어서는 데 달려 있습니다.


3. 경제: 피렌체에서 도쿄까지
강철과 증기는 건물과 공장만 바꾼 것이 아닙니다. 도시 자체를 바꾸었습니다.
수백 년 전까지만 해도 도시는 인간적인 규모였습니다. 피렌체는 걸어서 40분이면 가로지를 수 있었죠. 삶의 리듬은 사람이 얼마나 멀리 걸을 수 있는지, 목소리가 얼마나 멀리 퍼지는지에 따라 정해졌습니다.
그러다 강철 프레임이 마천루를 가능하게 했고, 증기기관이 철도를 움직여 도심과 외곽을 연결했습니다. 엘리베이터와 지하철이 뒤따르며 도시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도쿄, 충칭 같은 거대도시(메가시티)가 탄생한 것입니다.
거대도시는 단순히 규모가 큰 피렌체가 아닙니다. 완전히 다른 삶의 방식입니다. 더 많은 기회와 자유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비인간적이고 방향감각을 잃게 만드는 '비가독성(illegibility)'이라는 대가를 치릅니다.
지식 경제 역시 똑같은 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 지식 노동은 미국 GDP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며, 대부분 인간 규모로 운영되는 '피렌체'와 같습니다. 수십 명 규모의 팀, 회의와 이메일로 맞춰지는 업무 속도, 수백 명을 넘어서면 삐걱거리는 조직 구조가 그렇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대규모로 도입되면, 우리는 '도쿄'를 건설하게 될 것입니다. 수천 개의 에이전트와 인간이 협업하고, 시차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내내 작동하는 워크플로우를 갖춘 조직 말입니다.
이 새로운 경제는 더 빠르고 강력하겠지만, 처음에는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들 것입니다. 주간 회의나 분기별 계획 같은 기존의 리듬은 의미를 잃고 새로운 리듬이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는 가독성 일부를 잃는 대신, 엄청난 규모와 속도를 얻게 될 것입니다.


결론: 물레방아를 넘어서
앤드루 카네기가 강철에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보았고, 랭커셔의 공장주들이 증기기관에서 강을 벗어난 공장을 상상했던 것처럼, 모든 기적의 소재는 우리에게 '백미러'를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을 멈추라고 요구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AI를 인간을 위해 설계된 워크플로우에 덧붙이는 '물레방아 단계'에 있습니다. AI에게 단순히 우리의 부조종사가 되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넘어서야 합니다. 인간 조직이 강철로 보강되고, 잠들지 않는 지성이 우리의 잡무를 대신할 때 지식 노동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야 합니다.
강철. 증기. 무한한 지성. 다음 스카이라인은 이미 그곳에 있으며, 우리가 건설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본 소스 : https://x.com/ivanhzhao/status/2003192654545539400?s=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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