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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판을 바꾸는 5가지 놀라운 사실

코드폴릭스 2025. 11. 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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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반도체,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모르는 이야기

AI와 반도체. 요즘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모두가 그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거대한 반도체 산업 내부에서 어떤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마치 매일 하늘을 보지만, 대기권 밖 우주의 움직임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 글은 표면적인 뉴스 너머, 산업의 진짜 흐름을 결정짓는 5가지 놀라운 사실을 짚어봅니다. 기술 경쟁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사이클과 기술의 무게중심 이동, 그리고 미래를 결정할 새로운 전쟁까지. 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판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그 핵심을 들여다봅니다.

 

1. 투자는 정해진 순서가 있다? 소재, 부품, 장비의 보이지 않는 사이클

반도체 산업에 투자할 때, 많은 이들이 개별 기업의 기술력이나 실적에만 주목합니다.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소재, 부품, 장비'로 불리는 소부장 섹터에는 투자의 관심이 이동하는 보이지 않는 사이클이 존재합니다.

바로 '소재 → 부품 → 장비' 순서로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이 순서는 우연이 아닙니다. 산업 회복의 논리적 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업황이 바닥을 다지고 회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기초 재료인 '소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이후 실제 칩을 구성하는 '부품'의 수요가 뒤따릅니다. 마지막으로 본격적인 생산 능력(CAPA) 확장을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장비' 발주가 이어지는 것이죠. 실제로 한 투자증권 보고서는 '반도체 소재 → 부품 → 장비로 이어지는 1st 순환 사이클이 완성'되었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흐름이 시장에 실재함을 확인시켜 줍니다.

이러한 순환 사이클은 단순한 주가 등락이 아니라, 반도체 생산 라인이 다시 활기를 띠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산업의 회복과 성장이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이해한다면, 복잡한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한 단계 더 깊이 읽을 수 있습니다.

 

2. 공장의 앞문과 뒷문, 온도가 다르다: 전공정과 후공정의 엇갈린 운명

반도체 공장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웨이퍼 위에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는 핵심 공정인 **'전공정(Front-End)'**과, 완성된 칩을 자르고, 테스트하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도록 포장하는 **'후공정(Back-End)'**입니다.

과거에는 회로를 만드는 전공정이 반도체 기술력의 전부처럼 여겨졌고, 후공정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 '포장' 작업으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가 도래하며 이 둘의 운명이 극적으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을 살펴보면, 후공정 분야는 AI 칩의 핵심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덕분에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반면, 전공정 분야는 이제 막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회복을 시작하는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AI 칩의 핵심인 HBM은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정밀하게 쌓아 올려야 하므로, TC 본더(열압착 본딩 장비)와 같은 고도의 후공정 장비 수요를 폭발적으로 견인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후공정이 전공정보다 먼저 뜨거워진 핵심 이유입니다.

이러한 온도 차이는 AI 시대가 반도체 산업의 가치 중심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덜 중요하게 여겨졌던 '칩을 어떻게 쌓고 연결하고 포장하는가(후공정)'의 기술이, 이제는 AI 칩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이는 반도체 기술 혁신의 무게중심이 공장의 '앞문'에서 '뒷문'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변화입니다.

 

3. 메모리를 아파트처럼 쌓아 올리다: AI 시대의 주인공, HBM의 비밀

AI 모델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GPU용 메모리(GDDR)는 데이터가 지나다니는 길이 좁아 심각한 병목 현상을 일으켰습니다. 아무리 빠른 프로세서가 있어도 데이터가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HBM의 핵심 아이디어는 간단합니다. 여러 개의 D램(DRAM) 칩을 단층 주택처럼 옆으로 늘어놓는 대신,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높이 쌓아 올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쌓아 올린 D램 칩들 사이에는 **TSV(실리콘 관통 전극)**라는, 층마다 1,024개에 달하는 미세한 데이터 고속도로를 뚫어 한 번에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대역폭)를 극적으로 넓혔습니다. 이 혁신 덕분에 AI 프로세서는 데이터 병목 현상 없이 제 성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MR-MUF' 방식과 삼성전자의 'TC-NCF' 방식처럼 제조 방식에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며, 이는 기술 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HBM의 등장은 AI 시대 메모리 반도체의 역할을 재정의했으며, 그 중요성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습니다.

"HBM으로 인한 범용 DRAM CAPA 잠식 효과를 감안할 때 2025년 전공정 신규 투자에 대한 당위성 역시 증가하고 있다."

4. 반도체의 미래는 '유리'에 있다: 실리콘을 넘어선 차세대 기판 전쟁

AI 칩이 점점 더 많은 기능을 담으면서 칩의 크기 자체가 거대해지고 있습니다. 그러자 기존의 플라스틱 기반 패키지 기판(Substrate)이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기판이 커질수록 미세한 회로를 구현하기 어려워지고, 휘어짐 현상 때문에 수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 난제를 해결할 차세대 기술로 '유리기판(Glass Substrate)'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기존의 기판 소재를 '유리'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유리기판은 다음과 같은 명확한 장점을 가집니다.

  • 더 미세한 회로 구현: 표면이 매끄러워 기존보다 훨씬 정밀한 회로를 새길 수 있습니다.
  • 대면적화에 유리: 단단한 특성 덕분에 칩이 커져도 휘어짐 없이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습니다.
  • 높은 전력 효율: 전기 신호 손실이 적어 칩의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 인텔(Intel)과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Absolics) 등이 이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반도체 산업의 발전이 단순히 회로 선폭을 줄이는 나노 경쟁을 넘어, 칩을 담는 '그릇'인 기판의 소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유리기판 기술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가 미래 반도체 패권 경쟁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5. '닦고 조이는' 과정이 핵심? 수율을 좌우하는 숨은 공정들

반도체 공정이라고 하면 흔히 빛으로 회로를 그리는 '노광(Lithography)'이나 정교하게 깎아내는 '식각(Etching)' 같은 첨단 기술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의외의 사실은, 실제 생산 현장에서는 '세정(Cleaning)'처럼 단순해 보이는 공정이 전체 수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반도체는 400개에서 600개에 달하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이 중 세정 공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5%에 달합니다. 각 공정이 끝날 때마다 웨이퍼 표면에 남는 미세한 잔류물을 완벽하게 씻어내지 않으면, 그 잔류물이 곧바로 칩의 성능과 신뢰성에 악영향을 미쳐 수율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최첨단 장비로 아무리 회로를 잘 그려도, '닦고 조이는' 기본 공정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셈입니다. 이처럼 눈에 띄지 않는 공정의 기술력을 높이는 것이 곧 수율과 직결되며, 이는 첨단 기술 경쟁만큼이나 치열한 또 하나의 전장입니다. 반도체 산업이 얼마나 정밀하고 복합적인 기술의 집약체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흥미로운 사례 중 하나입니다.

 

결론: 변화의 흐름을 읽는 새로운 눈

지금까지 살펴본 5가지 사실은 AI 시대의 반도체 산업이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얼마나 다층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보이지 않는 투자 사이클, 전공정과 후공정의 역학 관계 변화, HBM과 유리기판이라는 새로운 소재의 부상, 그리고 수율을 좌우하는 숨은 공정의 중요성까지. 이 모든 흐름이 맞물려 산업의 미래를 만들고 있습니다.

AI가 이끄는 거대한 기술 혁신의 파도 속에서, 앞으로 또 어떤 숨겨진 흐름이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까요? 변화의 이면을 읽는 새로운 눈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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